얼어붙은 꿈들과 봉인된 이야기들
공간리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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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 중구 명덕로 35길 26
《얼어붙은 꿈들과 봉인된 이야기들》 시리즈
2026년 인혁당 사건 51주기 기획전, <기념비-7549>
- 일시 : 2026. 04. 01(수) ~ 04. 26(일)
- 장소 : 공간리상춘 (대구광역시 중구 명덕로 35길 26, 2층)
- 주최: 공간리상춘
- 주관: 리카
“국가 폭력이 개인의 존재를 말살하려 했던 순간에도, 이름은 삭제될 수 없는 마지막 흔적으로 남습니다. 이 전시는 인혁당 사건에서 국가 폭력으로 생을 빼앗긴 여덟 사람의 이름에 다시 한번 귀를 기울이는 자리입니다. 이름을 소환하는 행위는 존재를 인식하고, 잊힌 존재를 다시 불러내는 일이며, 자유와 존엄을 되찾는 행위입니다. 이 작품 속 이름들은 더 이상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여전히 숨 쉬며 말을 거는 증언자입니다.”
시민 예술가 장봉주
<기념비-7549>를 만든 사람들
- 미술가: 장봉주
- 협업자: 도상필(네온 디자인), 이방우(점멸기 디자인), 최령은(사운드 디자인), 간질간질간질(설치, 포스터/리플렛, 도슨트)
- 기획자: 김기수
<기념비-7549> 를 시작하며
장봉주 (작가)
“다들 통일된 조국에서 행복하게 사세요”
故 서도원의 마지막 한마디
국가 폭력이 개인의 존재를 말살하려 했던 순간에도. 이름은 삭제될 수 없는 마지막 흔적으로 남습니다. 이 전시는 인혁당 사건에서 국가 폭력으로 생을 빼앗긴 여덟 사람의 이름에 다시 한번 귀를 기울이는 자리입니다. 이름을 부르고, 쓰고, 마주 보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그들을 각기 다른 삶과 얼굴을 지닌 한 사람, 한 사람으로 기억하고자 합니다. 이 작품은 그 여덟개의 이름을 반복하고, 확대하며, 공간 속에 펼쳐 놓는 작업입니다. 이름을 기억하는 이 작은 복원이 곧 존엄의 회복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시의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이름을 소환하는 행위는 존재를 인식하고, 타자로부터 의미를 부여받아 특별한 존재가 되는 순간을 상징합니다.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잊힌 존재를 다시 불러내는 일이며, 동시에 자유와 자율성을 되찾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는 행위입니다. 이 작품 속 이름들은 더 이상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여전히 숨 쉬며 말을 거는 증언자입니다. 관람자는 그 이름들 앞에서, 기억할 것인지 외면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해야 하며, 바로 그 선택이 각자의 책임으로 남게 됩니다
기획자 서문
김기수
모든 사람은 예술가이다!
위 문구는 1960, 70년대 기존의 형식주의 모더니즘 미술을 대체하며 등장한 현대미술의 개념이 급진적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요셉 보이스가 창안한 “사회적 조각”의 핵심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주변이나 미술계 전반에서 이 명제가 과연 진짜일까라는 의문에서 좀처럼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미술관은 전문 미술가들의 전유물이고, 일반 시민은 언제나 ‘구경꾼’으로 취급될 뿐 ‘잠재적 예술가’로서 그 문턱은 여전히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시민 예술가는 가능한가?
리카(RICA 이상춘현대미술학교)는 2025년 여름 두 달간 ‘공간리상춘’에서 “설치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리카 현대미술 여름 캠프”를 열면서 – 미술인이든 일반인이든 -참가자 모두에게 캠프 마지막 주에 “지역(사)의 문제를 다루는 설치 작품 기획안”을 발표하도록 했다. 여기서 미술 경력이 전무한 한 중년 여성이 발표한 ‘인혁당 사건’ 관련 설치 작품 계획안은 모두를 놀라게 했으며, 그 뒤 6개월간의 조사와 숙고 끝에 최종기획안이 제출되었다
<기념비-7549>가 탄생하다!
이것이 바로 ‘시민 예술가 장봉주’의 등장 배경이고,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창조적으로 기여한다면 누구나 예술가이다”라는 보이스의 명제를 실증하는 사례이다. 장봉주는 작업 아이디어를 창안한 개념미술가이며, <기념비-7549>는 네온, 사운드, 설치, 디자인 전문가와 협업으로 구현된 현대미술 특유의 ‘DIWO’ 작품이다. 요컨대, 시민은 누구나 상상력을 발휘해 현상(現狀)을 민주적으로 바꾸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면 잠재적인 현대미술가이다.
<기념비-7549>의 개념적 구조
시민 예술가 장봉주는 무엇보다 독재의 서슬에 희생된 여덟 분의 이름을 – 상고이유서. 진술서. 공판기록확인서. 편지. 재심탄원서 등에 서명된 – 육필 서체를 그대로 가져와 8개의 네온 텍스트로 제작한다. 이름 네온은 긴 터널 끝 벽면에 육중한 북소리와 함께 차례로 하나씩 등장한 뒤 모두 얼마간 켜졌다가 순차적으로 꺼지며 기나긴 암전 공간을 연출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어떤 독재 권력도 말살할 수 없는 이름들을 존엄한 존재로, 시대의 증언자로 불러내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각자와 맞닥뜨리게 하는 사유 공간을 만든다
통일과 민주를 다시 꿈꾸다!
리카는 2025년 인혁당 사건 50주기를 맞아 그간 지역 미술계의 침묵을 반성하고, 미술의 시대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 인혁당 사건의 현재적 의미를 조명하는 장기 프로젝트 <얼어붙은 꿈들과 봉인된 이야기들> 을 시작하게 되었다. 작가는 캠프 참여 중 이 프로젝트 기획안이 마음을 움직여 작품 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말했는데, <기념비-7549>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여 민주화된 사회로, 평화와 통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의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네온 텍스트(이름) 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