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의 유령
퐁피두의 유령
세계적 미술관 유치를 통해 문화 예술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부산시가 밀실 행정과 비밀 불평등 협약 등의 방법으로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유치를 강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예술인들이 어찌 목소리를 감추고 방관할 수 있겠는가. 시민들의 생각을 배제한 채 퐁피두센터의 입장과 이익을 무엇보다 우선해 보호하는 부산시! 부산시는 대체 무슨 권리로 앞장서 보호해야 할 이기대의 자연을 ‘자연 친화적 공간 조성’이라는 조악한 허울로 난개발할 계획을 수립하고,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을 단독 결정으로 밀어붙이며, 혈세 낭비도 모자라 부산시민들을 허락도 없이 문화식민지 거주자로 만들려 시도하는 것인가. ‘퐁피두센터만 들어서면 관광객 유치를 통해 부산시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부산시의 허무맹랑한 해명은 신자본주의와 서구 중심의 근대화·국제화라는 망령을 그저 받들어 모시라고 선동하고 있을 뿐이다. 근거도 실체도 없는 그 믿음이 마치 유령처럼 부산시의 길을 인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우리가 마주하게 될 그것이 퐁피두라는 거대한 가상의 유령이거나 그 그림자 뒤에 숨겨진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은 아닌지, 우리가 여기 모여 그 진상을 추적해 보고자 한다.
《퐁피두의 유령》전은 이와 같은 부산시의 반민주적, 반문화적, 반생태적인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유치 정책에 반대하는 예술인, 연구자, 기획자 등 18명이 함께 뜻을 모아 마련한 전시로, 다양한 매체와 형식 기반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개막식 행사로는 크로스오버 록밴드 토다(TODA)의 공연과 백보림 작가의 퍼포먼스 <결말의 부재> 등이 준비되어 있으며, 개막식에는 물론, 전시 기간 내내 관람객들의 자유로운 참여가 가능한 작품인 전기학 작가의 <내가 조현의 산타다.>, 정영인 작가의 <상상식물과 이기대식물> 등도 마련되어 있다. 특히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유치에 반대하는 100여 명의 시민과 예술인의 어반스케치 결과물들을 소개하는 허태명 작가의 특별 프로젝트 <어반스케치-퐁반어반>은 그야말로 다수의 마음을 담고 있기에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
서로 다른 단체와 영역에서 국내외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살아 있는 연대가 형성된 것에 부산시는 긴장하길 바란다. 우리는 이 전시를 시작으로 참여자들을 점점 늘려가는 확대형 순회전 방안을 검토 중이며, 문화와 예술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단지 권력의 도구로 삼아 활용하려는 무지하고 천박한 부산시 정책에 엄중한 경고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본전시
2024 난장, 비엔날레
«2024 난장, 비엔날레»(총괄기획 황빛나)는 제도화된 예술시스템의 ‘표준’ 영역 밖에서 살아있는 ‘지직거림’으로 길항해 온 예술의 전단력을 매체(Media)-행위(Action)-방식(Ways)이라는 세 개의 결절점(nodes)을 통해 되새겨본 전시다. 부산시 사상공업단지 소재 폐공장인 일산수지에서 본전시 «Nope∞Hope»와 특별전 «퐁피두의 유령»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사상공단은 1960년대 낙동강 늪지대를 매립해 조성한 공업단지이다. 1970~80년대 노동자들의 땀을 거름삼아 부산 지역 경제를 견인했으나 1990년대 무역자유화 이후 제조 공장의 해외 이전이 본격화되며 쇠퇴한 부산 도심의 대표적 노후산단이다. 낙동강 생태공원들에 인접한 ‘회색’으로 표상되는 일산수지와 같은 공단 내 빈 공장들은 그 자체로 ‘하이엔드급 글로벌 문화 생태도시’를 표방하는 인구소멸위험 도시 부산의 엄폐된 역사적 초상이자 살아있는 ‘오류(glitch)’이다.
이번 난장, 전시는 최소한의 자본과 전력만이 사용가능한 열악한 여건 속에서 참여작가들의 예술의지를 동력삼아 실현되었다. 전시에서 소환된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유치와 같은 이슈들은 지자체별로 난립하는 ‘비엔날레’로 대표되는 국제적 이벤트와, 자본-개발-문화정책의 기계적 반복구조 속에서 비가시 영역으로 밀려난 지역 생태의 진짜 ‘오류(glitch)’들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멈춘 공장을 열어 비철가루를 쓸어내고 벽화를 파새기고 영상을 돌려 공간을 다시 숨쉬게 하는 힘은 이러한 제도화된 예술시스템의 ‘표준’ 영역 밖에서 오류를 드러내고 이에 길항하는 자유로운 난장적 예술실천에 있음을 전시는 말한다.
전시명
퐁피두의 유령
장소
일산수지(부산 사상구 감전천로58)
본전시
2024. 10. 4. – 11. 29.
특별전
2024. 12. 7 ~ 22
기획 및 진행
최승현(독립큐레이터)
본전시 참여 작가
김문정(영상), 김승구(사진, 설치), 손몽주(설치), 손창안(사진 설치), 이동재(영상), 정세윤(AR/영상), 지민경(평면), 최선(설치), 한승구(영상), 구뢰(평면), 안신주(평면) 총 11명
참여 작가
김경화, 김주미, 박경효, 방정아, 백보림, 서민정, 안종연, 윤은숙, 이세훈, 이수진, 전기학, 정영인, 정지영, 최승현, 하미화, 허 석, 허태명, 황빛나 어반스케치 참여자 100여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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